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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식 정당명부제, 정치권 고질병 고칠 '열쇠' 될까?



국회/정당

    독일식 정당명부제, 정치권 고질병 고칠 '열쇠' 될까?

    [선거제도 개편④] 민심 대부분 반영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헌법재판소의 선거구획정 위헌 결정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도를 손질해 우리 현실에 맞는 선거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여야는 오는 2월 중순까지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현행 선거제도를 우선 보완하고 뒤이어 위헌결정이 내려진 선거구 획정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CBS노컷뉴스는 민의수렴의 중요한 수단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단초를 제공하고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폐해를 집중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선거제도 개혁 시리즈’를 마련했다.

    네 번째 순서로 15일 민심을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구제로,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 대해 보도한다.[편집자주]


    국회 자료사진 (윤창원 기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제시되고 있다.

    '사표'를 방지해 양대 정당의 기득권 독점 구도를 완화하고 소수정당의 진출을 활성화하는 한편, 뿌리깊은 지역주의를 해소할 기반을 다지자는 것이다.

    ◈42.8% 득표율 얻어도 의석은 과반수 넘어…양당구조·지역주의 심화 등 문제 지적

     

    지난 19대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은 정당투표에서 42.8%의 표를 받았지만 의석 수는 152석으로 50.7%를 차지했다. 지역구에서 1등이 많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의 정당득표율은 36.5%였지만 의석 점유율은 그보다 큰 42.3%를 기록했다.

    영호남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양대 정당이 자신들이 얻은 지지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챙긴 것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정당득표율이 10.3%였지만 의석 점유울은 4.3%였다. 자유선진당의 경우도 정당득표율은 3.2%, 의석 점유율은 1.7%에 그쳤다.

    현행 선거제도(1인당 2표 행사, 지역구마다 1명씩 246명을 뽑고 나머지 54명의 비례대표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 아래에서는 1등이 아닌 표는 모두 사표가 되기 때문에 정당득표율과 의석 수의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거대 양당 중심의 구도가 생산될 수 밖에 없고, 특히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극복을 가로막는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책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다.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혼합한 방식으로, 유권자는 1인 2표를 행사해 지역구 의원 1명과 지지 정당에 1표씩을 준다.

    각 지역구에서 1위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우리와 같다. 다만 비례대표로 의석을 분배할 때 전국 단위가 아닌 권역 단위로 산정해 비례의석을 배분한다.

    국회의원 정수가 100명(지역구 50+비례대표 50)이라고 하면, 한 정당이 지역구에서 20명이 당선되고 정당 득표율을 40%를 얻었다면 지역구 20석에 비례대표 20석을 배정해 40석을 받는 식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는 무조건 의원이 되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 정당이 특정 지역구에서 많은 표를 얻은 경우 '초과 의석'이 생긴다. 의석 10%를 할당받아야 할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10%를 넘을 경우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의원 총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의원 수가 조금씩 달라진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 대표성을 갖는 사람을 선출하면서도,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정당의 의석수에 거의 정확히 반영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사표발생이 줄어 민의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대입하면 그 효과를 추측해볼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3년 발행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제도 개선방안의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19대 총선 결과를 정당명부제에 적용하면 새누리당 151석, 새정치연합 126석, 통합진보당 33석, 자유선진당 10석으로 나타난다.

    제도 특성에 따라 늘어난 의석 수의 대부분이 소수 정당에 간다. 거대 양당을 제외한 또다른 당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 정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온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대입하면 영남의 경우 새누리당이 49석, 새정치연합이 20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또 호남과 제주는 새정치연합이 23석, 새누리당이 4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정정당의 독점 지역에서 다른 정당이 비례명부를 통해 당선자를 배출함으로서, 1당 독식의 폐단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의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밑거름 될 것…현실적인 문제도 존재

    학계에선 대체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이 곧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로 한 발 더 나아가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지역구와 비례가 공존하면서도 비례제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동천 전북대 교수도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한다고 해서 제1당 위주의 권력체계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제1당이 다른 군소 정당들과 협상과 대화를 할 필요성이 생기는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우리 정치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과제도 남아있다.

    김 교수는 "독일의 제도대로 하려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반인 지역구를 줄이며 비례를 늘리는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전체 의원수를 늘릴 수도 있지만 국회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도 자체보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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